토요일 오전 반려견과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. 야트막한 언덕 아래 자리한 대형 교회 앞에서 처음 보는 동물과 눈이 마주쳤습니다. 분명히 강아지나 고양이는 아니었어요. 그 동물이 새끼 너구리라는 건 신고 과정에서 알게 되었습니다. 당시 어떤 동물인지 몰랐지만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건 분명해 보였어요. 잘 걷지 못했고, 털이 대부분 빠져있었어요. 훤히 들어난 피부는 피딱지와 굳어 딱딱해져 버린 모습이 군데군데 보였어요. 심한 피부병을 앓고 있는 것 같았어요.
2차선 도로를 낀 주택가 골목이었는데, 인도와 차도를 합치면 비교적 넓은 거리에요. 그 길 중간에 교회가 있고 교회 주위는 관리하지 않는 풀과 나무가 뒤섞여 있어요. 야생동물이 서식할 수 있는 크기나 위치가 아닌, 그저 경사진 빈 땅 정도거든요. 저와 반려견은 선뜻 자리를 뜨지 못했어요. 도움이 필요했는지 너구리도 저를 보고 놀라거나 달아나지 않았어요. 물이라도 주고 싶었는데 편의점과 거리가 좀 있었고, 그 사이 달아날 것 같았거든요. 너구리를 처음 본 반려견이 흥분할 수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어요.
![길가에서 마주친 야생 새끼 야생 너구리](https://wallnutisallblog.co.kr/wp-content/uploads/2024/05/image.png)
휴대폰으로 야생동물구조센터를 검색했는데, 전화번호 대부분이 결번이고, 팩스로 넘어가고,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. ‘경기120‘ 으로 전화를 해 상담원에게 사정을 얘기하니, 경기도 고양시 야생동물신고번호는 주말은 쉬는 날이라 고양시청 당직실 번호로 안내해 주셨어요.
- 경기도 고양시청 주말 당직실 : 031-8075-6222
당직실 직원분과 통화가 되었는데, 고양이나 강아지의 (포획·관리)와 그 외 야생동물은 부서가 다르다고 해요. 저는 촬영한 영상과 발견 주소를 보내드릴테니 판단해 달라고 요청드렸어요.
- 경기도 야생동물 신고 번호 : 010-2786-1482
영상을 보내고 30분 후 고양시청에서 연락이 왔어요 . 너구리로 확인되어서 발견 장소로 바로 출동했다고요. 하지만 발견 지점을 수색했을 때 너구리를 다시 발견하지 못하면 구조하기 어렵다고 해요.
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, 유기됐거나 아픈 동물을 만나면 마음이 무척 아파요. 더욱이 야생동물 같은 경우 신고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고요.
블로그를 검색했을 때 상담히 많은 신고 후기와 동물구조 번호가 안내된 홈페이지가 검색되었는데, 대부분 결번이고 연락이 닿지 않아 답답했어요.
야생동물 구조와 관련해 정부 및 지자체가 하나의 신고 라인을 만들고, 각 지역의 구조센터로 연결해주는 통합신고시스템이 없어 아쉬웠습니다.